과테말라 천사의 집 소식 32 20121                                    

 

우리식구 이야기.                                    김정혜 비비아나( 자원 봉사자 )

 

 

죠셀린과 프란치스코 모자는 천사의 집에서 내가 만난 첫 인연이다. 일기장 속에 흩어져 있는 이 철없고 애잔한 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곳에 모아놓는다.

 

2011/8/25

15살짜리 죠셀린은 양아버지의 아들을 낳았다. 배다른 형제자매가 총 여덟이고, 엄마와는 연적 같은 관계를 가지고 매일 말싸움이다. 이들 가족관계는 정말 난해하다.

 

2011/8/30

죠셀린, 이 어린 엄마가 어제 사고를 쳤다. 아침에 미취학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간식 빵 7개를 몰래 챙겨 먹다가 걸렸다. 아이들이 학교가고 없는 아침, 운 나쁘게도(?) 원장선생님께 빵 3개를 식당 주방에서 몰래 들고 나가다가 들켰는데 추궁하다 보니 조금 전에도 주방 아줌마한테 이모(보모)가 시켰다고 하면서 빵 4개를 가져다가 혼자 먹었단다. 원장선생님은 빵을 몰래 먹은 일보다도 끝까지 그냥 주방아줌마가 주었다고 거짓말하는 것에 대단히 화가 나서 대질 신문까지 한 후에 일주일간 간식 금지라는 벌을 내렸다. 그런데 하필 오늘이 자원봉사단이 사탕이랑 과자봉지를 나눠주러 오는 날이었다. 원장선생님 엄명으로 이 자리에 참가하지 못한 죠셀린은 프란치스코를 안고 집 앞에서 사람들에게 자기 좀 불러달라고 펑펑 울고 있었다. 지나가던 데레사 선생님이 “왜 우니?”했더니 설움에 겨워서 “원장선생님이 못 가게... 꺼억...꺼억”, 데레사 선생님이 다시 “너 몰래 빵 가져가서 벌 받는 거잖아”하니까 더 크게 울면서 “딱 3개뿐이란 말예요. 내거랑, 아들거랑, 이모거랑 가져가서 이모도 먹었어요... 어억..어억”철 없는 이 어린 엄마를 어찌해야하는지.

 

2011/8/31

성당에서 저녁기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죠셀린이 자기 집 앞에서 프란치스코를 안고 펑펑 울고 있었다. 내일 프란시스코가 엄마랑 헤어져 내 방으로 들어오기로 결정되었다. 아기 엄마는 책가방 매고 초등학교라는 데를 처음으로 가야해서 3달짜리 아기를 봉사자들이 돌보기로 결정한 까닭이다. 봉사자 숙소라고 해야 건물만 조금 떨어져 있는 그냥 분리된 공간인데도 아이를 품에서 떼어놓는 일이 많이도 서글픈가 보다. 보통 때는 간난 아이를 놀이터 구석에다 혼자 놓아두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맡겨놓고 노느냐고 불러도 오지 않더니만 이럴 때보면 엄마는 엄마의 마음을 갖고 있는 건가?

‘그런데 난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내가 프란치스코를 어떻게 키울 수 있지.’장장 8년을 준비해서 6개월을 예정하고 시작한 아메리카 여행인데 2개월 반 만에 여기 이 깡촌( 과테말라시티 주변이라지만, 뭐 난 여기에서 옆집은커녕 들판 밖에 안 보인다)으로 들어와 신부님의 현란한 꼬드김에 얼떨결에 프란치스코를 내일부터 키우게 된 내가 어이없다.

 

2011/9/24

함께 생활한지 24일째 되는 오늘 프란치스코가 새로 생긴 영아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운한 마음보다는 이제 잠 좀 잘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고 무언가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난 엄마는 아닌가보다. 그런데 나보고 영아반 담당 봉사자를 맡으란다. 양의 가죽을 쓰고 있는 신부님이 늑대처럼 하는 말이다. 오늘 보름달이 떴나보다.

 

2012/1/14

어제 뉴저지에서 청년 봉사자 그룹이 떠났다. 아이들 모두가 서운해 했고 다들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인형이나 소소한 것들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선물을 했다. 나름 아이들이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좋았다. 그런데 철없는 어린 엄마 죠셀린이 또 사고를 쳤다. 있는 것은 다 가져다 주었는데도 모자라서 친구 그것도 아이들 중에 제일 무서운 아우라 인형을 훔쳐다가 떠나는 청년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오늘 이것을 알게 된 아우라가 난리가 났다. 철없는 엄마 죠셀린은 그렇게 한바탕 일을 치루고 나서 또 프란치스코를 붙잡고 울었다.

 

2012/1/23

초등학교 일학년 교실에 들어가면 한 가운데 앉아있는 죠셀린만 보인다. 어떻게 7살짜리들과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인데도 자기는 학교친구들이 너무 좋단다. 학교 끝나고 와서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랑하느냐 여념이 없다. 팔에다 빨간 끈을 감고 와서 선생님한테 줄긋기 공부 잘해서 상을 받았다고 자랑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7살짜리 다른 친구를 가리키면서 제는 그거 못했다는 말까지 곁들인다.

 

천사의 집에서 이 넘치게 사랑스런 모자를 만난지도 벌써 5개월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웃음보도 터지고, 불쌍하기도 하고, 거짓말처럼 과테말라의 부정적인 현대사를 한 곳에 압축해 놓은 것 같은 겨우 15살짜리 천진난만한 엄마 죠셀린, 항상 헤벌쭉 웃어주는 프란시스코 이 모자 덕분에 내 여행 속 배낭에 행복이란 걸 담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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