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33 2012 2                      연규련 데레사 (2008.04-2012.02 상주봉사자)

 

 베드로 엄마

 

가끔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 때문에 옛날처럼 혼자 있을 여유가 없다고 투정할 때가 있습니다. 그냥 곱게 넘기면 될 것을그러게 뭣 하러 일찍 애를 낳았냐고 잘난척하며 면박을 줬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친구들은나중에 꼭 너 같은 애 낳으라고 훈훈한(!) 덕담을 해주곤 했지요. 덕담이 모아진 것인지 작년 6, 정말 하늘에서 아이 하나가 제 앞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시골 강가에 배꼽도 안 떨어진 채로 버려져 있었다던 12일된 아이가 플라스틱 상자에 실려, 경찰차를 타고 천사의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새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닌 빨갛고 쪼글쪼글한 작은 사람이 인형 옷 같은 걸 입고 투명한 상자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누르면 터질 것 같고, 들어올리면 부서질 것 같은  갓난쟁이였습니다. 더우기 저체중과 곰팡이가 심해 위험한 상태라서 치료용 고칼로리 분유와 격리된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사선생님의 권유에 따라서 아이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만 제 방에서 저와 함께 지내기로 결정되어서 그날부터 세달반쯤 엉겁결에 베드로 엄마 노릇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사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코딱지만한 녀석과 한 침대를 쓰려니 잠버릇이 나쁜 제가 아이 몸을 누를까 봐 겁이 나 매트리스 끄트머리에 매달려 새우잠을 자게 되고, 그나마도 조금 잠들었다 싶으면 한밤중에 일어나 배고프다고 우니 언니들이 출산 후에 말하던 소원을 저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잠 한번 끊기지 않고 자봤으면 좋겠다고요. 어느 날은 한밤중에 일어나 젖병을 물렸는데 아이가 계속 우는 겁니다. ‘내가 꿈꾸나?’ 싶었는데 아들 울음소리가 점점 우렁차지더군요. 깜짝 놀라 불을 켜보니 입에 물린 줄 알았던 분유병이 아이 눈에 붙어있었습니다. 알아듣지도 못할 애한테 미안하다 잘못했다 하면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밥을 내놓으라고 우는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니 뭉클하고 찡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엎치락 뒤치락 그렇게 두 달이 지나면서 베드로는 무럭무럭 커서 저체중 곰팡이 환자에서 고도비만 영아가 되었고 저도 아이에게 홀딱 빠져 사는 바보엄마가 되었습니다. 우유를 다 먹고 나거나 기분 좋게 한잠 자고 일어났을 때만 날려주는 초특급 살인미소를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쌓인 짜증의 노폐물이 녹아 내리는 것 같고, 아이와 나만 아는 신호가 생긴 것처럼 애랑 비슷한 옹알이를 하고, 말 못하는 녀석의 울음소리 장단만으로도 아이가 뭘 원하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왠지 다 알 것 같았습니다.

 

 

석달반이 지나고 천사의 집으로 새로운 신생아들이 들어오게 되어 새로 유아방을 꾸미고 베드로와 떨어지게 되었을 때 저는 무척 낙심했습니다. 물론,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고 천사의 집 아이라는 것, 아이와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은 아이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라는 것, 천사의 집에 있는 다른 모든 아이와 새로 들어온 신생아들에게 이 마음을 골고루 나누는 게 맞지 않냐는 것, 실은 아이와 살면서 나에게도 모성이라는 게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것, 알고는 있지만 왜 이렇게 마음정리가 안 되는지요. 매일매일 입 속으로 되뇌다가도 유아방에 가면 베드로만 안고 어르는 저의 이기적인 모습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석 달 넘게 한 침대를 썼다고, 언제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이 아이이고, 작은 상처만 생겨도 유모에게 펄펄 뛰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도 열두 번 뒤집히는 마음에 쩔쩔매다가 문득 알았습니다. 제가 자제력을 잃고 징그러울 정도로 나의 아이라는 사실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걸요. 저와 떨어져있어도 아이는 많은 보살핌 속에 잘 자라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분별력 있는 인간을 넘어 한 아이의 엄마가, 그것도 현명한 엄마가 되는 길은 아주 멀리 있으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던 석달반의 생활을 통해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는지, 그 모든 과정에 얼마나 큰 사랑이 함께 하는 지, 그것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엔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키워야 할 수많은 베드로가 있다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