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36 201211                                             홍승의 가브리엘 신부 드림

 

띠엔다 (TIENDA) 프로그램

 

띠엔다 프로그램이란 시설 안에서 내부화폐를 가지고 가족별로 모든 물품을 띠엔다라는 작은 가게에서 구입해야하는 시장 경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천사의 집 내부에 9개 가족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족별로 매달 일정한 생활비를 받아서 음식과 약품, 전기와 물을 제외한 모든 물품을 공짜가 아닌 돈을 내고 사야합니다. 프로그램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이들은 꼭 자기 돈을 쓰는 것처럼 억울해하고 운영자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고소해 하고 있습니다.

 

띠엔다 프로그램을 시작 후에 제일 큰 변화는 물건을 아끼지 않는다고 아이들과 싸우는 일이 줄어든 것입니다. 실제로 일상 소비량이 30%정도 줄었습니다. 운동장과 빨래터에 주인 없이 나뒹굴고 있는 옷가지들이나 매일 잊어버리는 학용품들, 마음에 드는 이쁜 옷이 없다고 삐져서 애를 먹이는 일, 조금 떨어진 신발을 아예 발기발기 뜯어버리고 새 신발을 달라는 얄미운 수법들, 순식간에 없어지는 화장지나 세제들…… 더 성질나는 건 그러면서도 때가 되면 무엇이든 맡겨놓은 것처럼 당연하게 새 것을 요구하는 모습들이였습니다. 생활비가 다 떨어지면 다른 길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부터 이런 일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띠엔다 프로그램을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로 9월부터는 보상제도와 벌금제도를 함께 실행하고 있습니다. 아낀 돈으로 토요일 저녁마다 특별 간식을 구입할 수 있고 매달 가족별로 소풍을 나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민감한 먹을 것과 외출로 꼬드기는 셈입니다. 생활비가 떨어진 가족은 서글프더라도 같은 식당에서 옆집 아이들이 먹는 특별 간식을 서럽게 지켜봐야 하지만 자기 돈으로 사 먹는 거니까 뭐라 할 수 없습니다. 기물 파손의 경우는 해당 가족이 생활비에서 실제 손실금을 사무실에 내야하고요, 사탕 하나라도 남의 물건을 훔쳤을 경우에는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조금은 지독한 듯싶어서 망설였던 사항이지만 효과는 제대로입니다. 과테말라에선 물건을 훔쳐온 아이에게 망을 보던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칭찬하는 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라서 누군가의 물건을 가져오는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반성문을 쓰고 벌을 줘도 사라지지 않는 문제였는데 벌금제도를 실시하고는 이 골치 아픈 문제가 정말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띠엔다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는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완해야할 단점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은 소비 형태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옷과 신발부터 돈을 아끼려합니다. 신발은 다 떨어져도 본드로 붙여달라고 관리인 창고에 맡겨놓고요. 방문객이라도 왔을 땐 정말 거지같은 옷을 입고 다니면서 운영자 입장을 난처하게 만듭니다. 둘째로는 각박해질 수 있는 관계 역시 문제입니다. 언제든지 쉽게 물건을 받을 수 있었던 예전에는 좋아하는 남자아이한테 자기 바지도 갖다 주고 하더니만 이젠 옆집에 화장지가 떨어졌다는데도 빌려주는 집이 하나도 없습니다. , 잔혹해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눔이란 게 가장 큰 기쁨이란 사실을 체득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해야겠습니다. 뛰어난 잔머리를 더 굴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