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39 201305                                                               홍승의 가브리엘 신부 드림

 

다시 쓰는 신데렐라 혹은 과테렐라 이야기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게 그리 아름답고 행복한 것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닌 듯합니다. 동화가 아닌 동화 같은 현실에는 항상 감내해야할 힘겨움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과테렐라는 신데렐라가 되어서 천사의 집을 떠난 열한 살 파티마의 동화 같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비현실적 몽환

 

(신데렐라 이야기 1) 집 안 식구들이 모두 궁중 무도회에 간 한 밤중에 집 안에 홀로 남겨진 신데렐라 앞에 마술 할머니가 나타나서 쥐와 호박으로 훌륭한 마차를 만들고 신데렐라의 옷을 아름답게 바꿔서 궁중 무도회에 참석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그리고 신데렐라는 거기서 멋진 왕자님과 한 판의 춤을 추고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허둥대다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채 다시 허름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파티마 이야기 1) 파티마는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여덟 살부터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하나뿐인 자녀를 잃어버린 할머니는 하루 온 종일 물 대신 술을 마시면서 살았습니다. 술 취한 할머니와 생활하면서 파티마는 잡다한 집안 살림이란 걸 감당하면서 지내야 했고 나중엔 할머니와 함께 술을 마시는 버릇까지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동 알콜릭이 된 거지요. 술이 없는 천사의 집에 들어와서는 관리인 창고에 들어가서 본드를 훔쳐다가 흡입하고 눈이 풀려 널브러져 있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현실에서 도망쳐서 몽환의 세상에 머물고 싶었던 걸까요?

 

(과테렐라 이야기1) 다시 쓰는 동화 과테렐라에서는 마술 할머니가 느닷없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곁에 있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할머니였습니다. 그 할머니가 줄 수 있는 선물이란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도망칠 수 있던 술 취한 비현실적인 몽환이었습니다. 과테렐라와 할머니는 초저녁부터 진창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쥐가 말이 되고 호박이 마차로 보일 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자정쯤에 깨어나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어디다가 신발 한 짝 잃어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과테렐라를 계부가 산다는 먼 집(천사의 집)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계급 상승의 마법 안에 담긴 힘겨움

 

(신데렐라 이야기 1) 왕자님은 딱 한 번 만난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궁궐에 갇혀있던 왕자님에겐 신데렐라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무도회에 남겨진 신발 하나 만을 가지고 신데렐라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아마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나봅니다. 이곳저곳에 수많은 여자들이 신발에 억지로 발을 맞추어서 왕자의 여인이 되고자 하였지만 누구도 그 신발이 맞지 않았습니다. 오직 신데렐라에게만 꼭 맞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유전자 감식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파티마 이야기 1) 몽환의 세계에 살던 파티마에게도 왕자님이 나타났습니다. 할머니 여동생의 아들이니 아마 6촌 외당숙이 되는 건가요. 이 성공한 친척 아저씨는 전국에 300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과테말라에서 꽤 알려진 닭고기 체인점의 주인입니다. 친척 아저씨는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함께 놀던 사촌 여동생이 생각나서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되었다가 그 딸인 파티마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티마의 법적 보호자로 아이를 궁궐 같은 자기 집으로 데려갔답니다. 언젠가 혹시나 이 아이가 닭고기를 한 아름 들고 다시 천사의 집을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부푼 꿈에 계부와 의부 형제들은 파티마에게 이곳을 잊지 말고 언제든지 힘들면 연락하라고 여우 짓을 하는데 파티마는 말없이 마냥 울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천사의 집을 떠났습니다.

 

(과테렐라 이야기1) 과테렐라의 곁에 있던 마술 할머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진정한 한 수의 마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착한 친척이라는 마법은 어떤 것보다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술 취한 몽환 속에 헤메고 있던 어느 날, 어렴풋하지만 아름다운 옛 기억을 가지고 있던 성공한 먼 친척이 나타났습니다. 유리 구두처럼 아름다웠던 옛 기억을 꺼내들고 과테렐라를 얼싸 안았습니다. 과테렐라는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것이 현실인지 몽환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곧 할머니가 남겨놓은 마지막 마법인 이 몽환 같은 새로운 현실을 놓치지 않기로 하고 궁궐 같은 새로운 집으로 떠나갔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공주 같은 다른 자매들 틈에서 그럴듯하게 적응해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지나온 과거는 스스로 잊어버리는 게 좋겠지요. 이 마법의 힘이란 게 어렴풋한 짧은 기억에서 시작된 것이라서 함께 자란 가족 안에 유대처럼 견고한 것이 아닙니다. 유리 구두처럼 아주 깨지지 쉬운 것이니까요. 그래도 과테렐라는 조심스런 행복을 잘 가꾸어 가면서 살아가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어딘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거기서 티격태격 부딪혔던 계부와 언니들의 희미한 얼굴이 생각날 때도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