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41호. 2013년 09월                  김정수 디다코 신부(미국 뉴왁교구.데마레스트 본당주임신부)



봉사의 열매



미국에 있는 우리 본당 식구가 과테말라 천사의 집과 연결이 되고 우리들 신앙생활에 큰 도움을 받게 된 일들은 그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어떤 기묘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이끄시는 하느님 손길을 느끼게 한다. 과테말라에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한 신자들 몇 분의 작은 정성으로 시작된 본당 후원회가 천사의 집과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 만남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선교 사업을 재정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깊은 관계를 만드는 일로 나아가게 되었고 그 안에서 우린 아름답고 놀라운 관계의 열매, 신앙의 열매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당연히 많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지만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 사랑을 나누는 관계는 아주 풍부한 열매를 맺게 되나보다. 천사의 집 아이들과 우리 본당 신자들의 관계도 벌써 많은 열매를 맺어 가고 있다. 아마 온전한 열매는 하늘나라에 가서야 완전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힘을 주시려고 천사의 집을 통해서 작은 맛보기를 준비 해주신 듯하다.

 

우리가 나누는 사랑의 첫 번째 열매는 말과 표현의 변화이다. 아이들이 쓰는 말에서부터 무언가 변했다. 4년 전부터 우리 본당에서는 고등부 학생들을 매년 10일 동안 천사의집 방문을 보내고 있다. 처음 갈 때는 아이들이 “봉사”하러 간다든가 아니면 어떤 해외선교 “체험”을 하러간다는 말을 흔히 하였다. 하지만 다녀온 아이들이 하나같이 나누고 얘기하는 것은 천사의 집의 아름다운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이제 천사의집을 방문하려는 희망자들은 그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라는 표현을 하고 다녀온 학생들은 그 아이들이 “보고 싶다”라는 표현을 하나같이 하고있다. “봉사”라는 말은 사실 사람보다 일이 중심이 된 말이기도 하고 “체험” 이란 말은 “나”라는 존재가 중심이 된 표현이라면 “보고 싶다”라는 말은 참된 만남과 사랑의 작은 표현이 아닐까싶다.

 

두 번째 열매는 일상생활 안에 작은 변화와 의미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천사의집을 다녀온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도 조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까봐 부모가 걱정하던 학생 하나는 다른 친구들을 모아 지역에 있는 학교들과 성당들에서 청바지를 모아 다음해에 천사의 집에 전달을 하였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고등학생이 주변 교장 선생님들과 본당신부님들께 직접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고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수줍은 아이에게는 너무도 큰일이었다. 또 한 학생은 신발을 좀 기증하겠다는 가게 주인이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말을 듣고 이런 대답을 하였다. “그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에요. 행복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니 선물을 하시려면 하시지 적선하는 물건은 받지 않겠어요.” 이 학생에게는 천사의 집 아이들 하나하나가 친구이고 동생이며 그냥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계급으로 생각할 수 없는 아이들이 된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부모에게 돈을 타서 아이들을 도와주기보단 자기가 직접 돈을 모으겠다고 부모 몰래 점심을 굶고 점심값을 모으기도 하고 친구들과 성당에서 떡을 팔기도 하여 일 년 동안 모은 돈을 익명으로 기증해 달라고 부탁을 한 일도 있었다.

 

세 번째 열매는 공동체에 생겨나는 생기일 것이다. 천사의집을 다녀온 아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나아가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도 활동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흐르고 커가는 것이다. 다녀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10명이 되는 학생들이 성탄절이나 어버이날 카드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고 이렇게 활동 하던 아이들은 더욱 기쁜 마음으로 천사의 집 방문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런 학생들이 생기니 우리 본당에서는 과테말라 천사의집 하면 모르는 신자도 없을 뿐 아니라 신자들이 학생들을 보고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 안에 열린 가장 큰 열매가 있다. 이 모든 변화들 속에서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깊게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한 4학년 때 나랑 면담을 청하고 자기가 돈이 좀 생겼다며 좋은데 쓸 수 있을만한 곳이 있냐고 물어봤다. 귀여운 이 아이에게 여러 가지 단체와 활동을 설명한 후 나는 이 아이가 천사의집에 전달해 달라고 주는 돈에 놀랐다. $223 이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마지막 23불이다. 이 아이는 세뱃돈, 성탄 때 받은 돈, 누가 사탕 사 먹으라고 $1 준 돈을 모두 모아 내 앞에 내 놓은 것이다. 자기 저금통에는 하나도 남겨놓지 않고 다 내놓은 것이다. 그 후로 이 아이는 매년 우리가 천사의집 방문 할 때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보낸다. 이 아이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이 아이는 6개월 동안 엄마 아빠한테 비싼 장난감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성탄 때 그 부모는 아이들에게 이런 숙제를 주었다. 받은 선물 하나는 선물을 못 받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하여 기증하기. 형제들은 자기 선물 중에 무엇을 기증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 중 이 아이는 6개월 동안 졸라서 받은 그 큰 선물을 내 놓았다. 부모도 이 모습을 보고 아이한테 물어봤다. “이것을 갖고 싶어 6개월을 졸라대더니 왜 이것을 내 놓니?” 그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도 이것을 그렇게 갖고 싶었으면 아무것도 못 받는 아이들은 이것을 얼마나 갖고 싶어 할까?”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랑의 마음이고 이것을 서로 나누고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뜻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이런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고 배우게 해준 천사의집 아이들은 우리 본당의 은인들이고 항상 감사드릴 주님의 천사들이다.

 

 

데마레스트 본당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학생 봉사단을 4년 동안 천사의 집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천사의 집 아이들에겐 오래 사귄 친구들이라서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대부모가 되어 주기도 하면서 서로를 기다리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매년 고생하시는 김정수 신부님과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