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43 2014.01                             유대건 안드레아 (청주교구 신학생)

 

화음 만들기

 

처음 천사의 집에 왔을 때 인상 깊었던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처음 아이들과 미사를 하던 날이었는데, 성가를 어쩜 이렇게 못 부를 수가 있는지 음도 박자도 저마다 달라서 노래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웠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과테말라에는 기본 교과목에 음악이 포함되어있지 않더군요.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신부님의 권유로 처음 중창단을 지도하게 되었을 때의 심정은 막막함이었습니다. 음악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스페인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창단 경험도 없고, 민감한 시기의 사춘기 소녀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앞이 캄캄하더군요. 다행히 평소에 음악을 좋아했기에 열정만을 가지고 중창단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을 뒤져가면서 아이들에게 음악 기초를 가르치고, 음감 연습을 시키고,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 세 달 다녔던 기억을 뒤져서 피아노 반주를 연습하는 등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중창단 아이들 실력이야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시간을 쏟아 부은 만큼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하지 못한데서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에는 저의 지도를 잘 따라오던 아이들이 오랜 연습 기간에 지쳐서인지 자주 짜증을 내고,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면서 노래도 부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식 권위주의 교육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권위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고, 다그치고, 윽박지르면서 무조건 따라오게만 했지요. 당시 저는 이 방법 말고는 중창단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8 15일 아이들의 세례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이 날은 중창단의 첫 공연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연습했던 곡을 미사 전에 다시 한 번 점검하던 중, 한 아이가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면서 저의 성질을 긁더군요. 계속 저를 따라오지 않자 결국 감정이 폭발해서 그 아이에게 마구 성질을 내며 혼을 내고, 화가 머리끝까지 가득 찬 채로 미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후에 신부님의 조언을 듣고,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중 저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창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의 조화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조화를 소리로만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화음이란 서로의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거지요.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만 하는데 말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1코린 13,1).저에게는 사랑이 빠져있었습니다. 아이들 마음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제가 알고 있던 방식대로만 몰아가면서 아이들을 힘들게만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저의 중창단 지도 목표는 음정과 박자를 정확히 맞추어서 완벽하게 노래 부르게 하는 것이었나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하모니를 이루어가겠다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지요.

 

이 일이 있은 후로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격과 살아온 상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중창단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나는 너희들을 정말로 사랑해.”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하니 변화는 제 안에서 먼저 오더라고요. 제 안에 있던 작은 사랑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더니,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연습 시간이 되면 빨리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 먼저 가서 기다리게 되고, 연습 시간은 왜 그렇게 짧게만 느껴지던가요. 연습이 끝나면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기쁨으로 마음이 가득 찼습니다. 방에 돌아오면 현재 아이들의 수준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곡들을 연구하고 악보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언젠가 홍 신부님께서 저에게 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랑은 나의 시간과 노력과 관심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이 그의 것이 되는 거라고…. 저의 시간과 마음이 모두 중창단 아이들의 것이 되자, 예전에는 그렇게 혼내면서 가르쳐도 제대로 따라오지 않던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습 시간에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었고, 더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시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길 수 없나 봅니다. 그 부드러움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하면 기도하게 된다는 말도 사실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음악이라는 것을 통해서 서로간의 사랑을 배우고, 아름다운 내면을 갖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기도의 응답을 받은건지, 아니면 애쓰는 제 모습이 애처로워서 따라와 주는 건지는 몰라도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연습 시간에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연습 시간 전에 모여서 자기들끼리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기도 하고, 서로의 음악 파일들을 챙겨주더군요.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함께 사랑한다는 것이 함께 마음으로 화음을 만들어가는 일이 큰 기쁨이고 선물인줄 몰랐었습니다. 사실 실력으로만 보면 천사의 집 중창단은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실력보다도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간 마음의 화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것이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이 아이들 속에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조금은 배운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