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44 2014 08                 민상천 대건안드레아(신학생. 선교실습)

 

 

만남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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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 넉넉한 아이들

 

천사의 집에 처음 와서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을 때의 기억은 여전히 제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낯선 환경 안에서 100여명의 새로운,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가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러한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들과 새로이 함께 살게 될, 말 못하는 삼촌을 어떻게 다독거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아이들이 사랑한다는 편지를 주기 시작하질 않나, 눈에 보이면 무조건 달려와 안기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먼저 Give & Take라는 이해 타산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던 저에게, 이런 오지랖 넓은 아이들의 모습이 처음에는 생경하기까지도 하였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 어떠한 부수적인 요소도 중요치 않나 봅니다. 말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그냥 사람과 사람의 만남만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렇게 겨우 인사말만 할 줄 알던 저에게 아이들은 먼저 다가와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해 주리라 다짐하고 이곳에 도착했지만 오히려 사랑 받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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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속에 담긴 상처의 치유

 

그런데 이제 6개월을 살다 보니 천사의 집 아이들이 저한테만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두 달 동안 미국에서 거주하는 다양한 한인 학생 그룹들과 가족들이 천사의 집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생들이 오기 몇 주 전부터 틈날 때마다 언제 오는지를 물어보면서 날짜를 세고 있을 정도로 학생들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학생들이 도착하면 온 집안이 난리가 나고 얼핏 보기에 괴롭히는 듯 보일 정도로 학생들 옆에 붙어서 귀찮게 하기도 합니다. 조금은 지나쳐 보이는 이런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혹여 이 아이들 속에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늘, 이별이라는 상처가 담겨있는 것은 아닌지 어설프게나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천사의 집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이미 이별이라는 상처를 깊이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과의 이별이라는 상처를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천사의 집 아이들은 그러한 이별로 인한 상처를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치유하려는 듯 자신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지면 그리도 쉽게 마음을 다 열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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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예민한 아이들

 

만남 다음에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뒤따릅니다. 이번 여름, 그리 죽어라 좋아했던 학생들과도 이별을 해야 했는데 떠나기 전날에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요. 누군가가 죽었나?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1-2주의 시간을 동고동락하면서 정이 참 많이 들었나 봅니다. 그런데 서럽게 우는 녀석들을 보니 다들 천사의 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받아 보는 사랑이고 만남이니 이별도 더 힘든 거겠지요. 오히려 천사의 집에서 오래 지낸 아이들일수록 이별의 아쉬움을 잘 받아들이더라고요. 호들갑스럽게 우는 일보다 자기 침대에 사진을 걸어두거나, 떠나는 친구에게 편지를 쥐어주기도 하면서, 내년에 다시 만날 날짜를 약속하는 일에 마음을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조금 길어도 내년이면 다시 만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렇겠지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떨어져 있어도 사랑할 수만 있다면 이별도 따뜻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별에 예민한 천사의 집 아이들이 매년 오는 학생들 덕분에 버려지는 이별이 아니라,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이별에 대해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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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속에 담긴 상처의 치유

 

모든 인생사가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의 연속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이나 죽음, 부활마저도 또 하나의 만남과 이별이 되풀이되는 과정이겠지요. 다만 예수님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예수님과 이별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의 모든 만남과 이별에 담긴 한 가지, 바로 그들을 사랑하시는 마음때문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분명 사랑이 담긴 이별은 버려졌던 이별을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함일 것입니다. 이별의 상처는 또 다른 만남을 거부하거나 이별을 고집스럽게 거부한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넉넉한 만남과 따뜻한 이별로 치유되는 것이겠지요. 따뜻한 만남과 이별은 사랑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진 동전의 양면이기에, 그것이 앞면이 나오든 뒷면이 나오든 그 동전의 본질인 사랑은 늘 변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천사의 집 활동 소식

 

1. 7월과 8월 사이에 미국 볼티모어 학생 그룹, 뉴저지 데마레스트 학생 그룹, 데마레스트 가족 그룹이 천사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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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4 2월부터 한국 주교회의 카리타스 파견 선교사로 구봄 피아 자매님과 성현지 스콜라 자매님이 자원 상주 봉사자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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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4년 신학생 선교실습 프로그램에 따라 민상천 안드레아, 이재희 루도비코 신학생이 10개월 동안 천사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